*Another World*/*Project S*

[Project.S] 사랑

은빛하모니 2010. 2. 18. 04:16

 너와 처음으로 떠난 타지여행. 

 당시 둘다 너무나 힘들어 기분전환으로 여행이나 갈까 장난삼아 이야기 했던 일이 현실이 되버렸었지. 너와 난 반쯤 부푼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 이 땅을 벗어나 머나먼 타지로 향했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의지할 사람은 오직 우리 둘 뿐이었지. 

 사실 나는 이 여행으로 너와의 관계가 한발짝 더 나아가길 바랬었어. 너가 그 사람과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했을 땐, 솔직히, 기쁜마음이 더 많이 들었을지도 몰라. 겉으론 응원하고 있었지만 속으론 계속 상처받고 있었으니까. 그래, 난 널 좋아했어. 연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니까 참 가식적이게 되더라. 내 속은 그게 아닌데 계속 겉으론 웃고, 행복을 빌고... 하지만 이제 내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 이 머나먼 타지에서 의지할 사람은 우리 둘 밖에 없으니까. 참 나쁜 생각이지..? 정신없이 타지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모든 것을 보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 아니, 너가 있었기에 즐거웠겠지. 

 시간이 지나 밤이 되고 우리는 묵을 곳을 찾아야 했어. 무작정 떠나온 여행이기에 돈은 넉넉하게 챙겨오질 않았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온갖 몸개그를 하며 겨우 한 여관에서 묵을 수 있게 됐지. 어쩌다보니 한방에 묵게 됐어. 애써 태연한척 했지만 사실은 조금 설레이기도 했었어. 좋아하는 사람이랑 한 방에 함께 있는다는게. 다 낡은 여관에서 노이즈 가득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나오는 상자를 멍하니 쳐다보며 우리는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었지. 별 의미 없는 일상의 잡담이였어. 하지만 나에겐 이런 사소한 것도 행복이였지. 이야기는 얼마 가질 못했어. 처음 온 외딴 땅에 지친 너가 잠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으니까. 졸린눈을 비비며 눅눅한 이불을 곱게 편 너는 이내 누우며 잘자라는 인사를 했어. 나도 그에 답했어. 그리고 습한 냄새가 스며드는 이불에 누워 잠을 청했지. 사실 나는 잠이 오질 않았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있는 두근거림으로 잘 수가 없었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너의 규칙적인 숨소리는 나에게 웬지 모를 편안함을 줬어. 그리고 나는 누운채롤 너를 바라봤지. 하지만 나는 너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어. 너는 나를 등진채 벽을 보며 자고 있었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쏫아졌어. 숨죽여 울었지. 난 항상 너의 등만을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난 늘 너의 등만을 바라보며 너와 걷고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넌 나에게 늘 상냥했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보이질 않았었지. 그게 더 괴로웠는지도 몰라. 차란히 무관심 했으면 할때도 있었어. 무관심했다면 아예 포기했을지도 모르니까. 너는 내가 울고 있는 걸 알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 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




아마, 내일이면 난 지금의 이 눈물을 잊고 너 앞에서 다시 웃으며 서겠지. 늘 상냥한 너 앞에서.






Project S.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