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이었다. 몇 십년 만에 내린 폭설로 인해 늘 사람으로 붐비던 이 거리엔 하얀 백설만이 거리를 덮고 있었다. 정적이 가득한 거리. 아직도 세차게 내리고 있는 눈에 차도를 지나가는 차들의 소리도 희미하게 들린다. 이 거리는 내가 그녀와 늘 함께 다니던 거리였다. 사랑했던 두 사람. 하지만 그녀의 변심은 나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었고 그녀를 변심하게 만든 것이 내가 가장 믿었던 친구라는 사실에 나는 두 번다시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언제부턴가 이 거리를 매일 매일 걷고 있는 나를 알게 되었다.
"후..."
추위때문인지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그 거리의 끝자락에 와 있었다. 그 날 부터 얻게된 습관. 이 거리를 멍하니 걷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습관. 폭설로 인해 한가해진 거리를 보며 나는 쓸쓸히 미소를 지었다. '참 따뜻했던 거리였는데...' 거리의 끝에 도착한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 늘 타던 버스를 타기로 했다. 눈에 덮힌 신호등만이 여기가 횡단보도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빨간불은 예전부터 고장이 나서 불이 들어오질 않았다. 이윽고 초록불이 들어오고 나는 반대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돌아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 보이지 않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버스정류장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눈 때문인지 버스는 오지 않았다. 난 옷에 더덕더덕 달라 붙어있는 눈을 털며 시린손을 비비며 버스를 기다렸다. '설마 운행하지 않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10분, 20분,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계속 지나고 해는 저물었는지 어두워지고 있었다. 추위때문일까?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외로움에 왈칵 눈물이 나려했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는 울지 않기로 했었다. 멀리서 자동차의 엔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희미한 전조등을 비추며 버스가 오는게 보였다. 나는 다시 옷에 붙는 눈을 털며 버스에 올라탔다. 따뜻한 버스안. 버스 안에는 그 따스함과는 대조적으로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쓸쓸했다. 나는 외로움에 평소에 잘 않지 않는 버스 앞문의 자리에 앉았다. 그편이 버스 운전기사가 보여 마음이 편했다. 느릿하게 내가 걸었던 거리를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있으니 다시 눈물이 나왔다.
눈의 마력이였을까? 난 처음보는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잠시 미쳤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친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버스기사 아저씨는 내가 집앞 정거장에 도착할때 까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한편으로는 날 무시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편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계속 이야기를 했다. 내릴 정거장이 다가오고 나는 이야기를 멈추고 벨을 눌렀다. 내가 말을 멈추자 버스는 정적에 휩싸였다. 더욱 외로워졌다. 버스가 내가 늘 내리던 곳에 멈추고 뒷문으로 가 버스에서 내리려 할 때 갑자기 버스기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 다음에도 힘들면 이야기해. 말 재주가 없어서 뭐라 말은 못해주겠지만 다 들어주긴 할테니까. 조심해서 가고."
나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내렸다. 눈물은 눈을 머금고 계속 흘러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 앉은채로 펑펑 울었다.
그녀와 헤어진 뒤 어느 눈 내리던 날의 이야기다.
Project S 온기
by_KTG
"후..."
추위때문인지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덧 그 거리의 끝자락에 와 있었다. 그 날 부터 얻게된 습관. 이 거리를 멍하니 걷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습관. 폭설로 인해 한가해진 거리를 보며 나는 쓸쓸히 미소를 지었다. '참 따뜻했던 거리였는데...' 거리의 끝에 도착한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 늘 타던 버스를 타기로 했다. 눈에 덮힌 신호등만이 여기가 횡단보도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빨간불은 예전부터 고장이 나서 불이 들어오질 않았다. 이윽고 초록불이 들어오고 나는 반대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돌아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 보이지 않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버스정류장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눈 때문인지 버스는 오지 않았다. 난 옷에 더덕더덕 달라 붙어있는 눈을 털며 시린손을 비비며 버스를 기다렸다. '설마 운행하지 않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10분, 20분,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은 계속 지나고 해는 저물었는지 어두워지고 있었다. 추위때문일까?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외로움에 왈칵 눈물이 나려했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는 울지 않기로 했었다. 멀리서 자동차의 엔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희미한 전조등을 비추며 버스가 오는게 보였다. 나는 다시 옷에 붙는 눈을 털며 버스에 올라탔다. 따뜻한 버스안. 버스 안에는 그 따스함과는 대조적으로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쓸쓸했다. 나는 외로움에 평소에 잘 않지 않는 버스 앞문의 자리에 앉았다. 그편이 버스 운전기사가 보여 마음이 편했다. 느릿하게 내가 걸었던 거리를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있으니 다시 눈물이 나왔다.
눈의 마력이였을까? 난 처음보는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잠시 미쳤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친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버스기사 아저씨는 내가 집앞 정거장에 도착할때 까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한편으로는 날 무시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편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계속 이야기를 했다. 내릴 정거장이 다가오고 나는 이야기를 멈추고 벨을 눌렀다. 내가 말을 멈추자 버스는 정적에 휩싸였다. 더욱 외로워졌다. 버스가 내가 늘 내리던 곳에 멈추고 뒷문으로 가 버스에서 내리려 할 때 갑자기 버스기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 다음에도 힘들면 이야기해. 말 재주가 없어서 뭐라 말은 못해주겠지만 다 들어주긴 할테니까. 조심해서 가고."
나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내렸다. 눈물은 눈을 머금고 계속 흘러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 앉은채로 펑펑 울었다.
그녀와 헤어진 뒤 어느 눈 내리던 날의 이야기다.
Project S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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