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당신은 기억할까?

나 당신이랑 함께 길을 걸으면 너무 설레였었어.
간혹 당신이 내 이야기에 웃어줄 때마다 당신 역시 나를 좋아하는게 아닌가 하고 설레였고
당신의 그 미소가 너무나 예뻐서 설레였고
그 웃음을 보면 나 역시 웃음이 나서 설레였어.

왜, 당신이 말했던거 기억나?
난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거라고 했던 말.
상처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거라고 했던 말 기억나?
사실 그때는 웃으면서 언젠가 좋은 사람 만나면 마음이 바뀌겠지 라고 말했지만
속으론 울고 있었어.
나는 안되는 걸까 하고.
그 말을 듣고나서 다음 주 크리스마스날 고백하려고 했던 내 계획을 지웠어.
그리고 당신이 떠난 지금, 후회하고 있지...
왜 그 날 손톱만큼의 용기가 없어서 고백을 하지 못햇을까 하고.

당신은 참 웃음이 많았었어.
집도 힘들고 몸도 힘들고 내가 볼땐 어떻게 저런 힘을 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밝았어.
당신이 떠나기 몇 주전에 갑자기 당신은 술 한잔 사달라고 나를 불렀지.
솔직히 말할까?
당신이 둘만 보자고 할때는 조금 떨렸어. 당신도 날 좋아하나 해서.
하지만 그날 당신의 웃음은 무언가 힘이 없어 보였고
술 몇 잔한 당신은 펑펑 울며 너무 힘들다고 말했어.
왜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달라지는게 없는지 모르겠다고.
충격이였어.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어.
그렇게 함께 있었으면서 당신의 곪아가는 속을 모른 내가 너무 싫었어.

그리고 다음 날.
당신은 불현듯 연락을 끊고 사라졌지.
불안했어.
당신을 영원히 못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멤돌았어.

그러고 보니 나는 당신 집도 몰랐고 당신의 친한 친구들 전화번호도 몰랐고
당신의 전화기는 꺼져있고 아무것도 할수 있는게 없더라.
초조하고 불안해서 잡히는 일이 없었어.
그리고 1주일 뒤,
당신에게서 연락이 왔어.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뛰쳐나와서 전화를 받았어.
남들의 시선이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그것보다 당신의 전화를 받는게 중요했어.

당신은 고맙다고 했어.
날 조금 좋아했던 걸지도 모른다고 했어.
난 그저 듣고만 있었어.
어디냐고 묻지 않았어.
하지만 당신은 자꾸 이야기를 했어.
화분에 물을 줘야한다고 했어. 옆집에 맡겨놓은 고양이도 챙겨줘야한다고 했어.
빨래도 해야한다고 했고 공과금 내는날이 다가온다고 공과금도 내야한다고 했어.
그리고.....
꼭 떠날 사람처럼 당신은 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
난 그저 그렇구나 라는 말밖에 하질 못했어.

그리고 당신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지.
자살이라 했어.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막지 못한 난....

어떻게 당신 집 주소를 알아내 고양이를 데려왔어.
화분도 같이 가져왔어. 빨래와 공과금은 챙기질 못했네.
그리고 다른건 기억이 나질 않아서 챙기질 못했어. 미안해.
지금 고양이와 화분은 내 옆에 있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쉬도록 해, 당신.

아마도,
그곳은 마음 아프지 않고 편한 곳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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