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날이 오고 말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친구 그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말 친한 친구를 상처줄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망설이다가 그 고백을 받아 들였다.

 가장 친한 동성 친구에게 이 사실을 얘기 했더니 그 애는 혹시 그러다가 나중에 좋아질지 어떻게 알 수 있냐며 동기가 어쨎튼 사귀어 보라고 했다. 생각과는 다른 대답에 약간 놀랐지만 일단은 사귀어 보기로 했다. 싫었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것이... 에전의 나도 그런 일로 상처를 받은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싫었다. 그리고 그것이 진심으로 믿고있는 친구라는 사실은 날 더더욱 괴롭게 했다.

 사귄지 1년째 되던 날. 사실 사귄다고는 했으나 관계는 전과 그리 크게 바뀐건 없었다. 단지 서로 만나는 횟수만 더 늘은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쨎튼 1년째 되던 날. 그는 온갖 로맨틱한 이벤트를 준비해 나를 즐겁게 해줬다. 하지만 왠지 불안했다. 그리고 고백을 했던 그 장소에서 그는 고풍적인 오르골을 나에게 주며 소중한 것이라고 받아달라고 했다. 받지않으면 상처받을까봐 망설이며 받았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에 살포시 닿았다. 나는 순간 그를 밀쳐냈다. 그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다시 그에게 오르골을 돌려준 뒤 뒤도 안돌아보고 그대로 집으로 갔다. 미안함 때문인지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 때문인지 아니면 거짓 사랑을 한 나에 대한 경멸 때문인지 눈물이 계속 흘렀다. 그리고나서 그에게선 1주일간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1주일째 되던 밤. 
 '미안해. 다 들었어. 내 생각만 했나봐.'
 라는 그로부터의 짧은 문자가 와 있었다. 다 들었어 라니? 난 나와 그에게 서로 사귀라고 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늦은 밤에 웬일이야 라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대뜸 말했냐고 물었다. 수화기의 저편에선 망설이더니 말했어 라는 떨리는 목소리만이 전해져 왔다. 화가 났다. 왜 말했냐고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고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아가며 말했다. 하지만 울음 소리는 수화기의 저편에서 들려왔다. 어쩔 수 없었다고. 그가 자기를 잡으며 펑펑 울면서 나한테 내가 나쁜놈이라고 말했다고. 그 상처를 알면서 내가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고. 날 붙잡고 울고 있는 그의 모습이 너무 가엾고 불쌍해서 말했다고. 나는 그 사람이 좋다고. 내 가슴이 너무 아파서 버틸 수가 없었다고. 울면서 토해낸 그 말을 들은 나는 더 이상 수화기를 들고 있을 수 없었다. 그 애가 그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지만 기우라 생각했는데...

 수화기에선 북받친 울음 소리만이 계속 들려왔고 간간히 미안하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떨어져 있는 수화기를 들어 말없이 끊고 침대에 몸을 기대 앉아 고개를 들어 형광등의 불빛을 보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배신감 때문인지 미안함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숨죽여 울다가 책상을 보니 셋이서 찍은 사진이 메모판에 붙어있었다. 그래. 그 애의 눈빛. 그 애는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제서야 사진을 보면서 들었던 묘한 위화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괴로웠다. 친한 친구를 둘이나 잃었다. 고백 받던 날 거절했으면 어땟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뭘 하든 확실한 걸 좋아하는 그 애의 사귀다 보면 좋아지겠지 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약간 이상했으나 그냥 넘어간 것이 후회가 되길 시작했다. 모든 걸 잃은 기분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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