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 일기를 어떤 "사람"이 읽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영원히 읽히지 않겠지.
나는 현재 남아있는 마지막 인류.
현재 남아있는 최후의 "사람".
 
어쩌면 이것은 예언됬던 것일지도 모른다.
기계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인류는
"인간"과 사고가 똑같은 "로봇"을 만들게 된다.
그들은 생김새며, 행동이며, 마음이며 모든 것이 "인간"과 같았다.
그 "기계" 설령 프로그램에 의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들은 우리 "인간"과 완전히 같았다.
새 생명을 만들 수 없는 것 을 빼고는,
그리고 남을 상처주지 않고 배신하지 않는 것 빼고는...
 
어쩌면 "인간"이 "인간"이 아닌 "로봇"에 더 끌리는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은 점점 혼자가 되어갔고
고독해짐에 따라 서로를 점점 불신하게되었다.
불신은 사랑이라는 싹을 짤라 버렸고
사랑이라는 싹이 잘려져버린 인류는 천천히 죽어갔다.
 
그 "철 덩어리"들은 무서우리 만큼 인간에게 완벽했다.
"인간"이 약해지면 위로해줬고,
"인간"이 사랑을 주면 같이 사랑을 줬다.
물론, 프로그램이었겠지만 "사람"들은
"인간"과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똑같은 그 "기계"를
신뢰하게 되었고
"인간"과 "기계"를 구분을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로봇"이 주는 달콤한 독에 차츰 빠져
그들은 혼자만의 세계에서 "로봇"과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마침내 결국은
"인간"이 "인간"을 불신하게 된 계기가 되버렸다.
 
사랑의 노래는 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사랑의 씨앗조차 뿌려지지 않았다.
그럴 대지도 없었다.
...
...
...
 
그것이 결국 이렇게 되어
이 세계에는 나 혼자 남게 되었다.
혹시 누군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옆에 있는 "기계"인 에밀리아의 검색에는
어떠한 "인간"의 생체반응도 느껴지지 않는다.
 
난, 최후의 인류가 된 것이다.
 
허탈하다.
자신들이 이룩한 고도의 문명으로 멸망하는 것이
우리 "인류"의 꿈이었단 말인가.
자신들의 문명에 갖혀서
결국 나오지 못해 죽어가는 것이었단 말인가..
 
지금 현란한 불빛이 비치는 밤의 거리를 내려다보면
우리가 살던 세계와 변함이 없다.
"기계"들은 "인간"과 똑같이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저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연인이 있고, 꿈이 있고......
내가 마지막 "인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
오늘부로 "인류"는 마지막을 고한다.
내 옆에 놓여있는 총의 차가운 방아쇠를 당기면 그것이 실행되겠지.
더 살 의미도, 희망도 없다.
 
혹시...
만약에라도...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인간"을 사랑해 보길 바란다.
"기계"로 인해 접어야 했던 나의 사랑을
남은 "사람"은 꼭 해보길 원한다.
부디,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꼭 겪어보길 바란다.
 
오늘로.
인류는 마지막을 고한다.


마지막 인류
by 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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