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식 날, 이제 그 아이를 보기 힘들어 진다고 생각하자 조금 암울했던 날.

 나와 그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얼굴조차 보지 않고 졸업식장을 빠져나왔어.
 나는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고 아이쇼핑을 하고... 하면서 친구들 눈에는 즐거운 듯 보였겠지만 속으로는 내심 그 아이 생각에 조금 침울해 있었던거 같아. 더 놀자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이른 오후에 집으로 돌아왔어. 헤어지기 전 평소에 친한 그녀가 대뜸 "힘내."라고 하기에 무슨 말인가 했으나 이내 생각해내고 살짝 미소를 지어줬어. 그말에 잠시나마 기운이 났었어.
 샤워를 하고  TV를 보고 이제 지나간 사람이니 잊어야지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지. 인터폰에 비친 익숙한 모습. '그 사람이다.' 나는 기쁜 마음에 맨발로 뛰쳐나가 문을 열어줬어.
 "이거!"
 너가 갑자기 건네주는 봉투를 나는 얼떨결에 받았고 너는 도망치듯이 현관을 나갔어. 기쁨 반, 실망 반으로 네가 건네주고 간 것을 보니 노란색의 예쁜 편지봉투였어.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깔이라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봤어. 노란 편지지가 나왔어. 이런거에 부끄럼이 많은 너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편지를 읽어내려갔지. 멍해졌어. 나를 좋아한다고 적혀있었어. 그 이외의 글자는 보이지 않았어. 그리고 사귈 의향이 있으면 오후6시에 학교 뒷 교사에서 보자고... 그렇게 적혀있었어. 혼자서 좋아서 베시시 웃다가 옷을 고르다가 침대에 앉아 베개를 부둥켜 안고 멍하게 있다가 머리를 손질하고....
 4시 쯤인가? 그 때 집을 나왔어. 학교에 도착하면 4시 반이겠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거든. 평소에 운동을 잘 못하는 나지만 그 때만큼은 왜인지 힘이 나서 학교까지 계속 달렸어. 달리고 쉬고 달리고 쉬고 하다가 학교로 가는 마지막 골목길에 다달아서 또 달렸어. 사거리로된 골목길로 진입하는 순간.
끼이익, 퍽.
 순간 몸이 떠올랐고 둔탁한 느낌이 나고 정신이 희미해졌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내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 조차 잠시동안은 몰랐었어. 희미한 정신으로 눈을 떠 보니까 너가 준 노란 편지봉투가 저기에 떨어져 있더라. 손을 뻗어서 잡으려고 했는데 손이 움직여주질 않았어.
"이봐! 학생, 괜찮아?!"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남자는 너의 편지를 밟으면서 나를 흔들었어. 그 남자는 주변을 살피더니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더라... 이게 말로만 듣던 뺑소니 인가 싶었어. 그 남자가 멀어질떄 까지 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편지를 봤지. 선명하게 찍혀있는 발자국. 눈물이 나더라.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왠지 모르게 너에게 계속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있었어. 기다리고 있을텐데, 내가 가지 않으면 상처를 줄텐데.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리고는 서서히 눈이 감겨져왔어.
'춥다...'
'있지, 나 너를 정말로 좋아해. 응, 정말로 좋아해. 이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닿으면 좋으려만... 너에게...
'
내가 없어도 다른 사람 만나 행복할 수 있겠지?
 좋은 사람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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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S 나와 그, 13년 전. ~닫는 이야기~
by.KTG_은빛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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