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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3] 3
  2. [2008.04.02] 우연
  3. [2008.03.23] 굳게 닫혀버린 성의 성주에게 보내는 편지.
  4. [2007.11.25] 전철...
  5. [2007.11.07] 나와 그, 13년 전. ~닫는 이야기~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다가온 새 하얀 빛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다.

변화...
그것은 진화.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꿈'.

Projec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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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난건 단순한 우연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그런 우연을 필연이라 하지만 나에게는 일상 생활에 벌어진 단순한 우연에 불과했다.

그 날도 오늘과 같이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었다.
나이는 하루하루 먹어가고 취직은 안되는 술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어느  때와 똑같은 하루였다. 이 빌어먹을 세상을 계속 되뇌이며 비틀비틀 걸어가는데 번개가 쳤다. 우연찮게 바라 본 하늘은 순간 번뜩였고 우연찮게 바라본 건물의 옥상에는 한 여인의 실루엣이 잠깐 비쳤다.

쿠르릉-

몇 초뒤 천둥이 치고 멍하게 그 여인을 바라보던 나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한 여인이 옥상의 난간에 앉아있었다. '죽으려는 건가?' 라는 생각과 동시에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며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조금은 낡은 아파트형 공장. 사람들은 날 불쾌하게 쳐다보며 나와 옷깃하나 스치기 싫다는 듯이 길을 터줬다.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급하게 누른다.

탁탁탁탁탁

아무리 빨리 눌러도 엘레베이터는 내려오지 않는다. 8층.

제길-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나는 비상계단을 향해 달렸다. 어지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하루 쯤은 술을 마시지 말걸이라는 생각을 잠시 한다. 웬지 술이 받지 않는 날이었다. 받지않는 걸 억지로 꾸역꾸역 마셧던 기억이 난다. 12층건물. 평소같으면 힘들긴 해도 한번에 뛰어 올라갔을 거리. 그 거리가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발이 미끄러지고 몇 번을 뒹굴면서 12의 마지막 계단에 다달았다. 몸이 욱씬거린다. 그 욱씬거림이 정신을 맑게했다. 가쁜숨을 내쉬며 옥상으로 향하는 철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손잡이와는 달리 문은 열리지 않는다.

제길, 제길-

연신 욕을 내뱉으며 난 그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나는 내 몸을 지탱하지 못해 볼품없이 굴렀다. 아픈건 상관없었다. 난 바로 주위를 살폈고 난간에 여전히 앉아있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넋이 나간 인형처럼 가만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땅을 박차고 달렸다. 그리고는 난 그녀를 낚아체듯 끌어 안으며 바닥을 향해 굴렀다. 그녀와 나는 힘없이 굴렀다.

하아- 하아-

난 숨을 고르며 털썩 주져앉아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미쳤어요? 거기서 뭐하는 거에요!?"

그녀는 미동도 없다. 이제 보니 그녀의 뺨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방울들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제정신이 아니었을까? 난 그녀를 그대로 껴안았다. 그녀는 잠시 흠칫하더니 이내 큰소리로 울기시작한다. 난 그녀를 가만히 껴 안았다. 그리고 나와 그녀는 그러고 한참을 있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면서 더러워진 우리의 옷을 씻겨주는듯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날 내가 미쳤다고밖에 생각 할 수 없는 하루.
그것이 나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나와 그녀의 마지막 만남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와 그녀의 우연히 시작된 새로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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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혀버린 성의 성주여,
부디 이 문을 열어 주세요.

당신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나에게
부디 이 문을 열어 주세요.

당신의 벽은 너무 두터워
나 혼자의 힘으론 열수가 없어요.
부디 당신의 작은 손으로 문을 열어주세요.

비록 문은 두꺼우나
당신의 손길 한번이면 무너지듯이 열리겠지요.

두려워 하지 마세요.
두려워 하지 마세요.
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에 왔으니
부디 두려워 하지 마세요.

이렇게 다가온 나를
매몰차게 쫓아내지마세요.

굳게 닫혀버린 마음의 성주여,
그 마음을 열어주세요.

나에게 그 문을,
당신만의 문을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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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탄 전철 안에서는...
사람들의 바쁜 숨소리와...
누군가를 만나러가는 초조한 향기...

그리고 아련한 그 온기만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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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식 날, 이제 그 아이를 보기 힘들어 진다고 생각하자 조금 암울했던 날.

 나와 그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얼굴조차 보지 않고 졸업식장을 빠져나왔어.
 나는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고 아이쇼핑을 하고... 하면서 친구들 눈에는 즐거운 듯 보였겠지만 속으로는 내심 그 아이 생각에 조금 침울해 있었던거 같아. 더 놀자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이른 오후에 집으로 돌아왔어. 헤어지기 전 평소에 친한 그녀가 대뜸 "힘내."라고 하기에 무슨 말인가 했으나 이내 생각해내고 살짝 미소를 지어줬어. 그말에 잠시나마 기운이 났었어.
 샤워를 하고  TV를 보고 이제 지나간 사람이니 잊어야지 하고 있는데 벨이 울렸지. 인터폰에 비친 익숙한 모습. '그 사람이다.' 나는 기쁜 마음에 맨발로 뛰쳐나가 문을 열어줬어.
 "이거!"
 너가 갑자기 건네주는 봉투를 나는 얼떨결에 받았고 너는 도망치듯이 현관을 나갔어. 기쁨 반, 실망 반으로 네가 건네주고 간 것을 보니 노란색의 예쁜 편지봉투였어.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깔이라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봤어. 노란 편지지가 나왔어. 이런거에 부끄럼이 많은 너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편지를 읽어내려갔지. 멍해졌어. 나를 좋아한다고 적혀있었어. 그 이외의 글자는 보이지 않았어. 그리고 사귈 의향이 있으면 오후6시에 학교 뒷 교사에서 보자고... 그렇게 적혀있었어. 혼자서 좋아서 베시시 웃다가 옷을 고르다가 침대에 앉아 베개를 부둥켜 안고 멍하게 있다가 머리를 손질하고....
 4시 쯤인가? 그 때 집을 나왔어. 학교에 도착하면 4시 반이겠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거든. 평소에 운동을 잘 못하는 나지만 그 때만큼은 왜인지 힘이 나서 학교까지 계속 달렸어. 달리고 쉬고 달리고 쉬고 하다가 학교로 가는 마지막 골목길에 다달아서 또 달렸어. 사거리로된 골목길로 진입하는 순간.
끼이익, 퍽.
 순간 몸이 떠올랐고 둔탁한 느낌이 나고 정신이 희미해졌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내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 조차 잠시동안은 몰랐었어. 희미한 정신으로 눈을 떠 보니까 너가 준 노란 편지봉투가 저기에 떨어져 있더라. 손을 뻗어서 잡으려고 했는데 손이 움직여주질 않았어.
"이봐! 학생, 괜찮아?!"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남자는 너의 편지를 밟으면서 나를 흔들었어. 그 남자는 주변을 살피더니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더라... 이게 말로만 듣던 뺑소니 인가 싶었어. 그 남자가 멀어질떄 까지 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편지를 봤지. 선명하게 찍혀있는 발자국. 눈물이 나더라.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왠지 모르게 너에게 계속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있었어. 기다리고 있을텐데, 내가 가지 않으면 상처를 줄텐데.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리고는 서서히 눈이 감겨져왔어.
'춥다...'
'있지, 나 너를 정말로 좋아해. 응, 정말로 좋아해. 이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닿으면 좋으려만... 너에게...
'
내가 없어도 다른 사람 만나 행복할 수 있겠지?
 좋은 사람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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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S 나와 그, 13년 전. ~닫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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